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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개론

터스키기 매독연구와 벨몬트 보고서

by 널스톡톡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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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스키기 매독연구란?

인간대상 연구윤리의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은 1970년대 폭로된 미국 터스키기 매독 관찰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흑인 남성의 치료되지 않은 매독에 관한 연구(A Study of Untreated Syphilis in the Male Negro, 이하 터스키기 실험)”1932년부터 1972년까지 40년간 미 연방정부 산하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Service)이 진행한 연구입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 메이콘 카운티의 터스키기 지역 주민 가운데 25세에서 60세의 흑인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매독의 경과 관찰 실험 연구입니다.

연구기간인 40년 동안 공중보건국은 439명의 매독 환자와 185명의 비감염 대조군을 선발하였고, 이들에 대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매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입니다.

연방정부의 공중보건국 소속의 의사들은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채혈을 하고 뇌척수액을 채집하여 검사하며 그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질병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하는 실험의 목표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떤 치료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이 진행되던 기간인 1943년에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상용화되어 매독 치료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독치료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페니실린 보급 후에 터스키기 지역의 의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피험자들의 명단을 알리고 이들의 치료를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터스키기 매독연구에서 채혈을 하는 의료진, 출처: 나무위키

 

터스키기 매독연구의 문제점

이 연구가 폭로된 이후에 매독 질병의 경과 관찰 실험의 문제점의 면면이 드러났습니다.

터스키기의 피험자 전원 흑인이었고, 대부분 문맹의 가난한 소작농이었습니다. 1970년까지도 터스키기라는 지역의 인구 절반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었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지역 주민의 3분의 1의 집안에 상수도조차 없을 정도의 빈곤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나쁜 피(bad blood)’라는 질병에 걸려 있으니 정부에서 이를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는  거짓말을 듣고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나쁜 피'는 매독 질병에 의한 빈혈, 피로 등의 매독 증상에 의한 내용을 의미하는 지역민들의 일종의 방언같은 용어였습니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이런 모호한 용어는 흑인들이 매독을 특정하여 생각하지 못하게 했고 가능한 많은 흑인들이 거부감 없이 이 실험에 참여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치료법이나 질병에 대한 경각심을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그들의 피가 생물학적 열성인자 때문이라는 미묘한 인종적 편견을 주입시키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공중보건국은 흑인들은 어차피 치료를 원하지 않으며 치료에 저항한다는 거짓보고서를 작성하고 이것을 근거로 이들이 치료가 아닌 관찰과 실험대상으로 적합하다고 결론 내리고 실험을 지속하였습니다.

1972년 터스키기 실험은 폭로되었고, 이듬해 봄에 실험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드러난 이 실험과 관련된 내용은 미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실험 기간 동안 비감염 대조군에 속했던 12명이 추가로 감염되었고, 대다수의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피를 뽑히고 뇌척수액을 뽑기 위한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질병에 따른 고통과 신체 기형 등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이 가난하고 무지한 흑인이었다는 사실은 이 실험의 인종적 차별이 내포되고 있음을 비판받았습니다.  무려 40년 동안, 심지어 특효약인 페니실린의 보급 이후에도 치료를 하지 않고, 더군다나 연방정부인 산하 보건행정조직인 공중보건국의 승인하에 자국민에 대한 질병의 비치료 관찰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경악하게 하였고,  의학 실험의 윤리성과 합법성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1950~60년대에도 인간대상 연구윤리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터스키기 매독연구 사건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윤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게 되었습니다.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졌던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을 경고하는 뉘른베르크 강령에 제정되었고, 1964년에는 인간대상 생체 실험 시 실험 대상자의 동의를 중시하는 헬싱키 선언이 세계의사총회에서 채택되었으나 터스키기 실험에 대한 재고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66년 공중보건국의 조사원 한사람이 이 실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표를 썼고,이후  6년에 걸친 실험 중단을 위한 항의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는 1972년 신문기자에게 이 실험에 대해 폭로했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기사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미국 사회는 경악했고, 바로 이듬해인 1973년 봄에 터스키기 매독 실험은 중단되었습니다.

 

터스키기 매독연구 청문회와 벨몬트 보고서

미국 상원은 인체실험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하고 이 연구의 윤리적 문제와 합법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터스키기 실험에 직접 참여했던 의사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실험이 시작될 당시에는 좋은 치료제가 없었고, 페니실린이 나온 다음에도 이 약으로 효과를 보기에는 환자들의 매독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며, 환자들이 가난하고 무지하므로 어차피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40년에 걸친 실험기간 동안 공중보건국은 매독이 심혈관 질환, 정신질환, 조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질병임을 인식했지만, 이를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실험 덕분이라는 논리로 실험을 지속해야 할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흑인 연구 대상자 몇 명의 인권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간 존엄성을 상실한 연구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1974년 국가연구법(National Research Act)을 제정하고 "의생명연구와 행동연구,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국가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of Biomedical and Behavioral Research)"를 설치해 생명윤리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제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위원회는 1979벨몬트 보고서(Belmont Report)를 펴내고 인간 존중(Respect for persons), 선행(Beneficence), 정의(Justice),  '신의(Fidelity)', '악행금지(Non-Maleficence)', '진실(Veracity)'의 여섯 개의 기본 윤리 원칙으로 설정했습니다. 이후 이 원칙들 중에서 같거나 유사한 개념이 정리되어 현재는 모든 임상시험의 기초가 되는 '인간 존중', '선행', 그리고 '정의'의 세 가지 기본 윤리 원칙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임상시험 연구윤리 지침 제시: 인간존중, 선행, 저의

벨몬트 보고서는 헬싱키 선언을 미국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결과물로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하는 지침서로 향후 모든 임상연구의 기초가 되는 세 가지 기본 윤리 원칙“인간존중, 선행, 정의를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한 것이 바로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동의서의 확보, 위험의 최소화, 피험자 선정의 공정성 등입니다.

인간 존중은 자율성 존중의 원칙을 기반으로 연구대상자에게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하며, 아동이나 수감자 등 자율성이 제한되는 연구대상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선행은 연구에서 해를 입히지 말고 가능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해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며, 대상자들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외에도 그들의 복지를 보증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정의는 연구에서 생기는 이익과 부담을 누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배의 정의에 관한 원칙입니다. 즉 연구대상의 선정이 생활보호대상자, 소수민족이나 특정 인종 또는 시설의 수용자 등과 같이 특정 계층으로 선정하는 경우 연구와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단지 시간이 많고 처지가 어려우며, 조종하기 쉽다는 이유로 체계적으로 선택한 것인 아닌지의 여부를 면빌히 검토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공공 기금의 지원을 받는 연구가 치료 기술이나 장치의 개발을 목적으로 할 때에는 그것들을 활용할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편익이 되어서는 결코 안되며, 그 연구 결과의 적용을 받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없는 집단에서 그런 연구의 피험자를 부당하게 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요구합니다.

 

마무리

1997년 터스키기 매독연구 생존자들에게 미국 국민을 대표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터스키기 매독 관찰 연구는 미국 임상연구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에 대한 가장 큰 윤리적 위반의 사례 중의 하나로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터스키기 매독 연구는 벨몬트(Belmont) 보고서로 정리되었고, 국가조사위원회(National Human Investigation Board)의 설립과 의료기관내 임상시험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7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연구의 피험자였던 백발의 노인들에게 미국 국민을 대표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였습니다. 그것은 1932년부터 시작하여 40년 동안 행해진 의학 역사상 최악의 임상시험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사과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실험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 중 5명만이 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터스키기 매독 연구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인종차별의 극한을 볼 수 있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참고문헌

1.구영모, 권복규, & 황상익. (2000). 벨몬트 보고서. 생명윤리, 1(1), 2-12.
2.박진빈2. 박진빈, (2017).
터스키기 실험 사건의 역사적 기원-미국 공중보건의 딜레마. Korean Journal of Medical History Ŭi sahak, 26(3), 545.
3.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연합(2007), 과학과 범죄 : 터스키기 매독 연구 (Tuskegee Syphil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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